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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선물을 사준다면 지금부터 나는 네가 원하는 무언가를 사줄 거야. 네가 정말로 원하는 선물을 말야. 내가 생각하기에 네가 원하는 선물이 아니라, 정말 네가 독자적으로 고민해서 선택한 물건을 선물하고 싶어. 나는 내 선물을 받은 너의 모습을 그리며 행복에 젖는 일도 좋지만, 무엇보다 네가 정말 원하는 물건을 사고, 그래서 그걸 오랫동안 아껴주며 자주 사용한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거든. 그런데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뭔지 알아?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일이야. 커다란 백화점 안을 헤매고, 그 안에 더 크게 느껴지는 매장 통로를 훑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헷갈리게 될 거야. 세상엔 수많은 장난감이 있거든. 값비싼 물건도 더 큰 허영심을 채워주는 장난감일 때가 많고. 그들은 각자 서로 먼.. 더보기
0603 냄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함께 보고 나서 엄마가 처음 한 행동은 냄새나는 내 옷을 버리는 일이었다. 엄마는 영화 속 폭우가 쏟아지던 장면에서 식은땀까지 났다고 했다. 박사장 집에서 한참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닿지 못했던 달동네. 그 반지하 방에 썩은 물이 범람해 넘쳐흐르는 그 장면이 마치 생지옥 같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남일 같지가 않잖어.." 집으로 오는 운전대를 붙잡고 짧게 읊조린다. 그런 엄마에게 집으로 올라오는 내내 한참이나 나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그에 대해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따위에 대해 큰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엄마는 우리집이 박사장 집보단 기우네 집에 가깝다고 했다. 빈곤과 냄새로 인해 벌어진 잔혹한 살인이 너무 있을 법한 일이라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곤 “.. 더보기
<오늘자 생각꾸러미> 도서관 근로장학하던 날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하는 노동을 한다. 한달 30만원 받는 이 노동은 서가정리, 청소, 대출 반납 등 하는 일에 비해서 수입이 짭짤하다. 더욱이 사람들이 빌려가고 반납하는 책들 더미 속에서 흥미가 가는 책을 찾는 날이라면, (시험과 과제와 기사의 압박이 없다는 전제 하이긴 하나) 마음껏 새로운 시각이나 분야를 탐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경영대 도서관과 그 이용자들이니 대부분 최신 기술 및 자산관리, 금융 경제 서적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간혹 가다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책들을 빌려가거나 반납할 때가 있다. 예컨대 박노자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라던지,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반납받고 있자면 이 사람은 누구고 무슨 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