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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 공짜 휴게공간 지하철 휴게공간에 앉는다. 서울시가 시민 전체를 위해서 마련한 공간이다. 이 공공 공간에 앉는 사람들한테 성공률이 높았는지 전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구석 테이블에서 커피와 종이컵까지 마련해놓았다. 골전도 이어폰은 귀마개를 끼고 들어야 음악에 둘러싸인 느낌이 든다. 귀마개에 이어폰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이슬아의 수필을 읽는다. 평안히 내 공간 내 시간을 즐긴다. 그 틈으로 누군가 비집고 들어온다. 전도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에메랄드색이라고까지 해도 좋을 초록 드레스를 입은 50대 여성 분이 '서현교회'라고 세련되게 디자인된 전단물을 내 손 바로 앞에 내려놓는다. 음악에 둘러싸인 내게는 괘씸하지만 편리하게도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뭐라 뭐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단 핑계로 가볍게 무시한다. 이.. 더보기
0527 Switzer Falls에 다녀와서 자연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좋다. 우리가 티브이에 매혹되는 이유가 뭔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볼거리와 촘촘한 줄거리 아닐까. 자연은 인간이나 짜임새 없이도 흥미롭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도 시간이 껑충 지나간다. 바다는 파도는 끊임없이 모양새를 달리 하며 해안선에 몸을 부딪힌다. 산은 여기저기 뻗어있는 나무와, 굽이쳐 흐르는 냇물과, 바람에 의해 각기 다르게 조각된 암석과, 그 사이로 듬성듬성 나있는 풀까지. 재미없을 틈이 없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접근성 높은 트레일이 아니라, 자연이 꽁꽁 숨겨놓은 난도 높은 트레일을 탐험하는 것만큼 재미난 모험이 없다. 수풀을 헤치고 강가의 바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도 모르는 목적지를 좇다 보면, '나는 이렇게 움직이기 위해서 태어났구나'하며.. 더보기
0603 소파에 누워서 소파에 널브러져 여유를 즐기고 있는 나와 그런 나보다도 더 태평하게 소파 밑에 드러누워 있는 뭉치 빼고는 텅 빈 거실이었다. 커다란 거실에서 조용히 흔들거리는 수풀을 큼지막한 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일에는 작은 방에선 쉽게 나지 않는 운치가 있었다. 한 손으론 이북 책장을 넘기고, 다른 손으론 뭉치를 쓰다듬는다. 뭉치는 이따금씩 자세를 바꿨다가도 허공을 맴도는 내 손 밑으로 자신의 머리를 스치듯 집어넣는다. 쓰다듬어달라는 말인가. 하며 부드럽게 뭉치의 귀와 이마와 정수리를 빗질해본다. 그럴 때면 뭉치는 가끔 머리를 쭉 빼고 내 손가락을 열심히 핥는다. 나도 사랑하고 믿는 사람 옆에 누워 이따금 따뜻한 혀로 손마디 마디를 부드럽게 핥아주고 싶다. 그렇게 내 애정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뭉치한테도 똑같이.. 더보기